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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민일보]김선배 총장의 신약성경 둘레길 6
작성자 부속실 날짜 2020-06-18 16:27:32 조회수 190

[김선배 총장의 신약성경 올레길] 복음의 수용성 강조 ‘마가’, 모든 계층 품는 ‘누가’

<6> 마가복음·누가복음

올레길의 첫 번째 굽이를 지나며 만난 마태복음이 정적이라면, 마가복음은 동적이라고 볼 수 있다.

마태나 누가복음이 구약의 예언, 족보, 예수의 고향이나 가족 배경을 통해 그가 ‘누구이신지’(to be)를 설명한다면, 마가복음은 예수님이 ‘무엇을 하셨나’(to do)에 집중한다.

마가복음을 읽노라면 올레길을 오르다가 갑자기 말 한 마리를 타고 뛰는 것 같다. 친근한 예수님의 출생기사 한 줄 없이 곧장 선언부터 내지른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1:1)는 선포로 시작하는 마가복음은 사건을 빠르게 전개한다. 현재형 동사들과 구어체, 접속어 ‘곧’ 또는 ‘즉시’를 빈번하게 사용하며 이야기 전개에 박진감을 더한다.

긴박한 전개의 이유는 행동하는 예수를 드러내고자 함이다. 첫 절에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선포를 한 후, 곧바로 그분의 놀라운 사역과 초자연적인 기적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가 그리스도라는 생생한 증언들을 마치 액션영화의 빠른 흐름처럼 전개한다. 마지막에 이르면 다시 한번 예수님의 정체를 분명하게 정의한다.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15:39)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백부장이 유대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가복음은 복음이 유대인이라는 제한된 범위를 넘어 이방인들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라는 선언은 지금 복음을 읽고 듣는 모든 사람의 고백이 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마가복음이 이방인의 복음서라는 평가는 여러 국면에서 입증할 수 있는데, 특히 유대인의 언어나 관습을 잘 모르는 이방인들을 위해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달리다굼’을 번역해 “소녀야 일어나라”로 알려주기도 하고,(5:41) 음식을 먹기 전 손을 씻는 유대 장로들의 전통에 관해서도 설명한다.(7:3~4) 율법주의와 복음이 서로 충돌하고 대립하는 것마저 보여주면서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라는 복음이 율법주의의 굴레를 관통해 전파되는 위대한 힘을 보여준다. 마태가 복음의 포용성을 나타낸다면, 마가는 복음의 수용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자, 마가복음의 등성이를 지나 이제 누가복음의 길목에 들어서 보자. 누가복음은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이후 시대를 성령시대로 규정하면서 성령과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한다. 놀랍게도 누가복음에는 성령에 대한 기록이 마가복음보다 세 배 이상 나오며, 누가복음의 후편인 사도행전에는 대략 60번 정도 등장한다.

예수님의 출생과 관련한 중요 인물들을 소개하거나 예수님의 사역을 전개해 나갈 때도 성령이 언급된다. 예수님이 나사렛에서 읽으신 성경 구절 역시 이사야서의 성령에 관한 부분이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4:18)

공생애 사역 중 예수님도 늘 성령을 말씀하신다. 박해 가운데에서 염려하지 말 것은 “마땅히 할 말을 성령이 곧 그때에” 가르치시기 때문이라고 강조하신다.(12:12) 또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사하심을 받지 못하리라”고 경고도 하신다.(12:10) 하나님이 ‘좋은 것’을 주시리라는 마가복음의 표현(막 7:11)을 누가복음은 “하물며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눅 11:13)고 말하며 성령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누가복음은 이 시대를 성령의 시대로 정의한다.

말씀이 우리 삶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의 말씀이 되기 위해서는 성령의 역사와 나타나심이 필요하다고 누가복음은 거듭 강조한다. 오직 성령만이 교회시대에 모든 인종과 사회적인 차별마저 극복하며 구속의 사역을 성취하고 이를 보증하기 때문이다. 마가복음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경계를 뛰어넘는 복음의 수용성을 나타내며 누가복음은 모든 계층을 포용하는 평등성을 강조한다.

누가복음이 집중하는 평등성의 강조는 다른 복음서보다도 죄인, 세리, 여인 등 사회 저변의 사람들을 주목하는 사건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사마리아 사람의 선행(10:25-37),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비유(16:19-31)를 눈여겨보라. 누가복음은 그늘지고 어두운 세상의 구석까지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예수 그리스도를 조명하며 모든 계층을 평등하게 아우르는 복음을 제시한다. 마가복음이 유대교와 율법주의를 뛰어넘는 복음을 제시한다면, 누가복음은 복음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뿐 아니라, 부유한 자나 권세 있는 자까지 모든 계층에게 스며드는 것을 강조한다. 네 복음서 중 기도와 성령을 강조하는 누가복음은 교회시대에 적합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본을 보여준다. 누가복음에서의 성령은 복음을 모든 계층에 스며들게 만드는 동력이다.

공관복음서들을 둘러보는 지금까지의 올레길은 비교적 완만했지만, 이제부터는 급격하게 가파른 요한복음의 길목에 들어설 것이다. 예상치 않은 전개와 선포들로 범상치 않은 요한복음의 또 다른 이야기들과 만남을 기대하며 다음 고개를 넘어가기 위한 숨 고르기를 해보자.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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